유병철, 1993년에 태어났다. 다섯 살쯤 사촌 형의 로봇 낙서를 보고 그림을 따라 그리기 시작했다. 보통의 학창 시절을 겪으면서, 무엇보다 자유와 감정이 중요한 사람이 됐다. 2021.10.29
2013년, 국민대학교 공업디자인학과에 입학했다. 영양가없는 학교엔 금세 흥미가 식었지만, 재밌고 똑똑한 친구들을 얻었다. 휴학을 한 뒤 바깥으로 시선을 돌리는 것을 익혔고, 복학 후엔 전공을 피해 타과 수업을 전전했다. 라이브액션 분야에 빠져 영상디자인학과로 옮겼고, 충만함과 자괴감을 함께 느끼며 공부했다. 다행히 좋은 스승과 동료들이 곁에 있어 '지금 얻은 배움들이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드러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원해서 선택한 분야를 공부하면서부터 작업자의 스트레스와 상처를 마주했고, 작업의 동력을 잃기도 했다. 수업과 과제에 대한 로드가 많이 줄어들고, 강가로 이사를 간 뒤부턴 몸과 마음의 건강을 서서히 되찾았다. 결과물과 나를 적절히 분리하는 방식도 익혀갔다. 작업을 지속할 이유를 뚜렷하게 찾진 못했지만, 너무 게을러지진 않게 계속 뭔가를 만들고 있다. 2021.10.29
자주 뒤를 돌아보는 사람. 2021.11.26
태도가 곧 컨텐츠다. 2021.11.19
K는 엉덩이가 무거운 사람이었다. 한번 결정하면 추진력과 끈기를 갖고 쭉 이어갔다. K는 항상 같은 자리에 앉아 뭔가를 만들고 있었고, 난 내게 없는 점들을 부러워하곤 했다. 하루는 K가 H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자신은 여태까지 아주 딱딱하고 불편한 의자에 앉아 살았던 것 같은데, H와 함께 있을 때만큼은 편안하고 푹신한 소파에 안겨있는 듯하다고. 둘이 만나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랑 있을 땐 어떤 의자에 앉아있는 것 같아? K는 잠시 고민하더니, 앉은 건지 서있는 건지 모르겠는 요상한 의자 같다고 답했다. 난 왠지 그 말이 맘에 들어서, 누군가를 만나면 어떤 의자인지 꼭 말해줘야겠다고 다짐했다. 2021.11.25
본인이 등장하는 이야기는 사실,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것은 혼돈이라 할 수 있죠. 어두운 울림이자 깨진 유리잔의 잔해이자 회오리바람에 박살난 집이나 나무의 파편입니다. 혹은 빙산에 부딪히거나 급류에 휩쓸려 어떤 승객도 어찌해볼 도리가 없는 보트입니다. 모든 것이 다 지나간 그때라야 이야기라 할 수 있습니다. 스스로에게나 혹은 다른 이에게 이야기하는 때 말이죠. - Alias Grace by Margaret Atwood - 2021.11.25
2021.7.10
웹이 나의, 나아가 우리의 행복에 얼마나 이바지할 수 있을까? 나는 이 느닷없이 급진적인 행위에 큰 매력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2021.11.25
S#1. 숲, 오후. 흰 옷을 입은 사람들이 하나 둘 나타난다. 표정 없이 앞을 응시하는 얼굴들은 모두 창백하다. 맨발로 천천히 숲을 걸어가는 사람들. 그 수가 점점 늘어나고, 큰 행렬을 만들며 깊숙한 곳으로 나아간다. S#2. 전시장, 저녁. 작은 기타 소리와 노랫말이 들려온다.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만한 좁은 계단으로 걸어 내려오는 M. 목소리가 뚜렷하게 들리기 시작한다. 전시장을 찾은 사람들은 좁은 지하에 의자들처럼 모여있다. 곳곳에 비어있는 자리들. 가사를 틀려 멋쩍게 웃는 R의 뒤로 커다란 바다 그림이 눈에 띈다. 사람들의 박수, 웃음소리들. S#3. 극장, 오후. 줄을 지어 입장하는 관객들. M은 인원과 좌석을 확인한다. 발길이 끊기자 뒤쪽의 문을 닫는다. 스크린의 불빛이 얼굴을 밝히고, 이내 관객석으로 시선을 옮긴다. 홀로 떨어져 앉아 앞을 바라보는 사람들, 사이사이의 빈 좌석들. 스크린 속, 하늘로 뻗어나간 큰 나무들과 이끼들이 한데 어우러진 숲. 차근차근 한 걸음씩 옮겨가는 발, 얼굴들, 하얀 물결. S#4. 숲, 아침 M은 숲의 한가운데에 서서 사람들이 지나쳐가는 모습을 한참 동안 바라본다. R은 숲을 헤매고 있다. 앞선 행렬은 이미 멀어져 버렸다. 좁게 난 길을 따라 뛰던 R은 발에 걸려 넘어진다. 텅 빈 하늘. 몸을 일으키려는데 누군가 손을 내민다. M은 짧게 미소를 지어보이고, 둘은 다시금 걸어간다. 2018.12.14
2021년, 국민대학교 영상디자인학과를 졸업했다. 졸업준비 위원회로 전시의 비주얼 컨셉과 웹사이트 등을 담당했다. 틀을 마련하는 데 깊이 관여하면서, 졸업전시 자체의 문제점과 학생들이 겪는 심한 스트레스를 포착했다. 몇 년간 배운 무형의 자산이 졸업작품 하나로 규정되기도 하고, 전시의 틀을 치장하는 데에 큰 에너지를 쏟기도 한다. 건강한 지속을 위해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2021.10.29